[PS4] Life is strange

재밌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영문판밖에 없는 것 같아서...체험판 받아봤는데 영알못이지만 재밌어보이더라.

그러나 동시에 역시 내 영어 수준으로는 내용 파악하면서 하기 어렵다는 것도 깨달아서...일본어판이 더빙/자막 깔아서 패키지 나온다는 소문 듣고 살까 말까 할 때 타이밍 좋게 일마존이 게임 해외배송 시작해서 구입했다.

그 뒤에 바로 스퀘어에닉스는 글로벌배송 안 되게 막혔지만. 묵념.

받기는 3월 중순쯤 받아서 주말이었나, 부푼 기대와 함께 기동.

챕터1을 마치자,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재미있을 것 같다는 어떤 감촉과, 폭풍 같은 멀미가 찾아왔다orz

이 멀미는 이 게임 하는 내내 나를 괴롭혔는데, 처음에는 그래도 3일 쉬고 챕터2 들어갔으나 챕터2에서 빈병 찾기에서 너무 심각한 멀미를 겪어서 한동안 게임기에 손을 댈 생각도 들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뒤로 챕터와 챕터 사이에 1주일 간격을 두며 겨우 플레이하게 되었다.

사실 이 게임 한 챕터 하고 쉬는 사이 비욘드 투 소울을 플레이하고 조작 방식에서 지루함을 느끼며, 그러고보면 라이프이즈스트레인지도 비슷한 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비욘드 투 소울은 행동 조작에 신경이 쏠린다면 이 작품은 사물을 관찰하고 자료를 모아 읽고 하는 쪽으로 신경이 분산되어서 그런지 조작에서 지루함은 느끼지 않았다. 취향에 따라 갈리는 부분이겠지만 비욘드 투 소울의 잠 자다 뒤척이는 부분까지 조작을 해서 뒤척여줘야 한다는 게 나에게는 피곤했던 모양인지, 조작하는 부분이 딱 필요한 정도로만 절제된 라이프이즈스트렌지 정도가 좋았던 것 같다. 뭐 사실 플레이타임 자체도 더 짧고.

존경하는 사진가가 교편을 잡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전에 살던 해안 마을에 돌아온 맥스는 수업중 마을을 전멸시킬 정도의 회오리가 덮쳐오는 꿈을 꾸고, 같은 날 이사로 어렸을 적 헤어져 소원해진 친구 클로에가 학교를 주름잡는 부잣집 아들 네이선과 말싸움을 하다가 총을 맞고 죽는 장면을 목격한 뒤, 시간을 되돌리는 힘에 눈을 떠 그 능력을 이용해 클로에의 죽음을 막아낸다(여기까지 체험판 분량).

이 아래는 접습니다. 모바일이라 접힌 거 다 보이는데 스포일러 싫으심 여기서 돌아가시길.

노골적으론 안 썼는데 사람마다 스포일러 범위가 워낙 천차만별이라.

클로에는 맥스가 떠난 뒤 단짝으로 지낸 레이첼이 실종된 뒤 레이첼의 행방을 쫓고 있었고, 맥스와 재회한 뒤로는 맥스와 힘을 합쳐 맥스의 힘을 이용해 레이첼의 실종의 비밀을 쫓는다.

그 과정에서 문란한 파티 동영상이 업로드 되어 이지메를 당하는 맥스의 친구 케이트, 파티를 주최한 볼텍스 클럽의 주요 회원인 네이선과 빅토리아, 학교 경비원이자 클로에의 새아빠 데이빗 등이 사건에 밀접한 관련이 있어보인다는 것이 서서히 밝혀진다.

한편 맥스는 위기를 겪을 때마다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쓰고 코피가 나는 등 몸의 이상을 겪으며 이 능력이 자신의 몸에도 무리를 주며, 무한한 능력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꿈에서 처음 봤던 마을을 덮치는 회오리바람은 예언처럼 꿈이나 환상으로 계속 맥스의 눈앞에 나타난다.

...여기서부터 감상.

대충 보면 알겠지만...게임 중에서 비슷한 작품을 찾자면 슈타인즈게이트 생각나는 작품..

시간을 되돌려 비극을 막는데 그 행동이 나비효과를 불러 일으켜 더 큰 비극을 가져온다는 흔하다면 흔한 스토리이다. 딱 이 '비극 막다가 나비효과'라고만 써도 전체적 스토리 라인과 엔딩이 나와버릴 정도로.

그러나 그 외의, 레이첼의 실종과 거기에 얽힌 사건, 범인, 그것을 밝혀나가는 조사 과정이 엔딩까지의 흥미를 유지해줄 만큼 흥미로웠으며 맥스를 도와주는 워렌이나 그 밖의 학교 친구들 등의 배경 요소들이 작품에 개성을 주었다.

슈타인즈게이트가 작품의 축을 구성하는 과학이론을 설명하는 데에 서두를 할애한 대신 지루함을 주었다면, 라이프이즈스트레인지는 참고 정도로 맥스와 워렌이 자료를 주고 받으며 읽어보는 장면은 있지만 그것을 굳이 설명하기 위해서 분량을 할애하지는 않았다. 자료 내용도 굳이 숙지하지 않더라도 게임을 진행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지장이 없다. 그 대신 슈타인즈게이트가 전화렌지로 세계선이동 하게 되는 데에 (말이 되건 안 되건) 설명을 하려는 시도를 한 반면, 여기서는 맥스의 능력 발현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 설명이 없다. 전자가 좀 더 앞뒤가 착착 들어맞는 쾌감은 주지만 매니악한 인상이 없지 않았다면 후자는 캐주얼하게 그냥 게임을 게임으로 접근하기 쉬워 보인다.

사건이 해결된 뒤, 작품의 대미를 장식하는 선택지는 역시 이것.

마유리를 구할 것인가 크리스를 구할 것인가...!(아님

양쪽 다 뭔가를 얻으면 뭔가를 포기하는 식으로, 일본게임에서 찾아볼 법한 어떻게든 해피엔딩을 이끌어내는 식 전개가 아니라는 게, 특별하다까지는 아니더라도 주로 일본게임 하는 입장에서는 재밌고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매 에피소드 이름이 센스가 좋았다. 특히 마지막편. Polarized. 편광. 양극화로도 번역되는 모양인데 굳이 선택하자면 난 일본에서 번역된 편광 쪽이 마음에 든다. 선택에 따라 한쪽 방향으로밖에 갈 수 없는 운명을 사진에서 쓰는 용어로 잘 표현한 것 같다.

참고로 나의 첫번째 선택은...

나는 니트로플러스의 진해마경에서도 이그니스 해피엔딩을 참 좋아했다.

내가 너랑 있어야겠는데 세상이 대수니...?

백합은 사랑입니다ㅠㅠㅠㅠㅠ(왜곡200%)

흐름도 내용도 사건도, 사실 단순한데 분위기 잘 살려 개성적인 좋은 작품으로 빚어낸 것 같다.

모델링도 리얼 지향이 아니라 꼭 거스트 게임이 2D 일러스트 구현해놓은 마냥 유화 스타일 그림을 구현해놓은 것 같은 모델링이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내용 들을 거 다 들었는데 플레이타임도 짧아!! 정말 착한 게임이야...(시간 없는 사회인)

다만 멀미는...끝까지 계속 나서 아까 클리어해서 지금도 머리가 좀 아프다.

생각해보면 멀미 심하고 시점 조종 서툰 편이라 서양 게임 잘 안 하는데...이 작품은 화면이 예뻐서 방심하고 있다가 당한 것 같다. 이 정도로 고생하기는 킹덤하츠1 이후로 두 번째. 왜 둘다 스퀘어에닉스니...o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