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기록 4

게임 외 2017. 11. 19. 23:20

예전 단체는 초보만 있는 반이었는데 옮긴 단체반은 다양한 레벨이 섞여 있었다.

그 중 내가 배운 기간도 짧고 가장 서툴러서 걱정 됐는데 같이 듣는 분들이 하나같이 좋으셔서 낯 가리는 성격인데도 의외로 쉽게 적응했다.

기본기 위주로 그게 완성되기 전에는 다음 진도 안 나갔던 예전 반과 달리 여기는 다양한 내용을 섞어가며 가르쳐주셨는데, 이건 이것 나름대로 좋았다. 개인 강습에서 연속적인 커리큘럼으로 나가고, 단체에서는 원래 진도대로라면 나가지 못할 내용(...)&선생님이 연구하신 각종 연습 방법을 나가는 식. 잠깐도 질릴 틈이 없다. 피겨 너무 재미있어!!!!

 

...뭐, 재미있는 거랑 별개로 운동신경 제로, 초반 하프서클 고생했던 때에서 1도 발전이 없는 상태.

남들이 왜 그게 안 돼?? 하는 걸로 막혀서 혼자 수업에서 분리되어 그것만 주구장창 연습하기도 하고, 이건 어느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였는데 혼자 유난히 넘어지고 다쳐서 선생님들 가슴 철렁 하게 만들기도 하고.

 

한 가지 다행인 게 있었다면, 주업무 데스크워크에 취미는 DTM과 게임이라는 앉은 자세에서 안 움직이는 생활 패턴 때문에 가끔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죽기 싫어서 하고 있던 스트레칭 덕분에 유연성은 좀 있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넘어지는 빈도나 받는 충격에 비해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

꼬리뼈는 한 번 깨먹었는데...발목 덜 발달한 상태에서 발목 써서 좀 아팠던 시기 있고...버니홉 하다가 토 걸려서 앞으로 엎어져 갈비뼈 금 갈 뻔한 적 있고...허리 숙이는 동작 하다가 디스크 도졌던 적 있고...같은 쪽으로 1주일 간격으로 세 번 엉덩방아 찧어서 며칠은 몸 제대로 세우기도 힘들었던 적도...있긴 한데 어쨌든 그만둘 정도 부상은.........

................내 운동신경에 이 정도면 양호하다는 거고 기본적인 센스만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닙니다. 정말로.

새로 옮긴 단체반에서만 9개월 채워가는데 여기서 우리반 회원 통틀어 넘어진 횟수 98퍼센트 나 같다.

쓰다보니 눈물 나네.

 

아무튼 머리로 원리를 이해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흡수 느린 나름대로 엣지 쓰는 것도 배우고 원스핀도 배우고(한 발로 도입 못 하고 성공률 낮음) 싯스핀도 배우고(허리 디스크 때문에 얘는 포기) 왈츠점프도 배우고(높이 안 뜨고 활주해오면서는 잘 못 뜀).

엣지 쓰는 거 가장 어렵고, 그 이전에 무게중심이 계속 앞뒤로 흔들리고, 상체 잡는 걸 잘 못해서 상체 바로 못 세우고 턴 종류 배워도 연결은 못하고, 내 몸뚱이가 답답한 부분들이 너무 많지만, 성인 되고 뭘 새로 시작해 긴 기간 한 가지를 이렇게 열심히 해보며 아주 조금씩이나마 성과를 느끼고 있다는 게 참 재밌는 것 같다.

무엇보다 잘 해도 못 해도 내 탓인 철저한 개인 종목에, 아무리 많이 배워봐야 내 경제생활에 일조할 가능성은 손톱만큼도 없다는 점이 좋다. 순수하게 즐기면 되고 안 된다는 스트레스도 즐거운 그야말로 취미라는 점에서 아주 굳이다.

처음 시작할 때야 남들 대비 너무 초반부터 막힌 데에 애를 태웠지만, 애들도 새 스킬 익힐 땐 2만번 연습하면 (된다는 보장도 아니고) 될 수도 있다고 연습만이 답이라고 지금 단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게 유난히 마음에 남아 그 뒤로 무리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게 된 것 같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연습하지 뭐. 나이도 있고 신체적 조건도 안 좋고 훈련하는 애들 타듯이 시간 비용 투자해 필사적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오만하게 금방금방 되기를 바라나 싶어서. 하다 보면 언젠가 되는 날도 오겠거니...

운동신경 없어서 잘 안 돼서 속상할 때도 있고, 마음 내려놓을 수 있어서 편할 때도 있다ㅎㅎ;;;

 

이렇게 스케이트가 생활 안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며 다시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단체 수업에서 턴이었나 엣지 쓰는 거였나 나간 10월 후반 어느날, 선생님께서 봐주시던 중  "초급 시험 봐도 되겠는데?" 하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그래요?ㅎㅎ 했는데, 웃긴 게, 그 때까지 시험은 재밌게 진도 나가는데 연습에 시간 할애해야 하고 관심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막상 말을 들으니까 급 욕심이 생기더라. 머릿속으로 다음 시험쯤 볼 수 있으면 스케이트 시작하고 1년 되기 전에 초급 따는 건가? 하고 계산까지 하고 나니 더더욱...

그 뒤, 개인 강습 때 선생님께도 물어봐서 딸 수 있다고 확답을 듣고 시험을 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다음은 초급시험 도전기.

 

(내킬 떄 이어짐)

 

사족.

배우면서 좀 정리해버릇 할걸 언제쯤 뭐 배웠는지 자세하게 생각이 안 난다orz

Posted by 2nd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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