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강습으로 스케이트를 시작. 은 했으나 기초 하프서클의 서클이 안 그려지는 상태.

강습비가 싸지 않은데 진도를 못 나가니 애가 탔다.

 

마침 오가는 루트 가까운 곳에 사이즈는 작지만 겨울 한정으로 여는 작은 링크가 있었다.

요금은 비싼 편이었지만 접근성이 좋고 어차피 공간 많이 쓸 연습 하는 것도 아니라 시간 나는 대로 틈틈이 그곳에서 연습을 하게 되었다.

12월말~1월 무렵이었을 텐데 실외 링크라 껴입어도 많이 춥고 스케이트 부츠는 여전히 발이 아프고 연습을 해도해도 엣지가 뭔지 감은 못 잡겠고 죽을 것 같았는데, 웃기게도 재미는 있어서 그만두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진다. (지금도 그렇지만) 금방 되는 건 하나도 없어도 신기하게도 많이 하다보면 어떻게든 조금씩은 되어가기는 하더라.

 

오로지 하프서클 포워드아웃 그려지는 데에 들인 시간이 얼마만큼인지 들으면, 아마 스케이트 배워본 사람이라면 누가 됐건 눈을 띠용 할 것이다. 스케이트 걸음마 뗀 사람이면 수업 한 시간 들어도 클리어할 과제인데...orz

 

그러다가 좀 먼저 타기 시작하신 지인이 생기고, 그분 주말 단체 강습 시작한 얘기와 그분 다니시는 곳은 성인반에 대기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단체반에 등록을 하게 되었다. 이번해 2월의 일이다.

당시 그 반의 선생님이 기초부터 정확히 잡고 가는 데에 중점을 두시는 분이라 내 수준에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 개인강습이 진도 아주 쪼끔 빠른 정도였던지라 선행학습/보강학습 느낌이었다.

이쪽 빙상장의 특징도 있었을 것이다. 하키 시합이 자주 열려 관객을 많이 맞는 곳이라 조명도 분위기도 밝은 편이라 처음에 낯선 느낌이 비교적 적었다. 그래서 주말에는 오전 시간에 가서 강습 전까지 연습 하다가 강습 두 시간, 총 세 시간 내지 네 시간을 타게 되었다.

기본 활주랑 하프서클 연습밖에 할 줄 아는 것도 없었는데도 참 열심히 탔다 싶다.

열심히 탔더니 발도 점점 더 아프더라. 아픈 건 느릿느릿 풀리는데 그나마도 다 풀리기 전에 가서 또 타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주말에 가서 타면 사람이 많았다. 시작한 게 애들 방학 때이기도 해서 링크는 아주 붐볐다.

지인은 먼저 백크로스 진도 나가서 연습할 공간이 확보되지 않는 것을 한탄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질렀다.

.....지인과 지인의 지인까지 세 명이서 대관을!!!! 목동 아이스링크를!!!!!!! 두 시간!!!!!!!!!!!!!

 

지금 생각해도 제정신은 아니었던 거 같다(...)

특히 나는 기본 활주+하프서클(잘 안 됨)+앞으로 크로스+두발 스핀(책 보고 야메)밖에, 할 줄 아는 게, 도 아니지. 연습할 줄 아는 게 없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금이나마 그 두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고 싶어서 나도 가기 직전 개인강습 때, 급히 백크로스 하는 방법을 배웠다. 다행히 아예 못 나갈 정도는 아니었나보다.

 

그렇게 해서 찾아간 텅 빈 아이스링크.

그 큰 데를 빌려봤자 할 수 있는 게 없긴 한데, 싶긴 했지만 고깔도 안 세워진 링크는 정말이지 광대했다.

아주 열심히 하프서클이며 크로스, 백크로스를 연습하긴 했다. 했지만, 한편으로는 두 시간 내내 무력감이 들고, 이 두 시간을 정말 필요한 사람이 있을 텐데 내가 쓰고 있는 게 너무 큰 잘못처럼 느껴졌다.

(물론 억지로 차지한 건 아니다. 예약 자체가 해놨어도 훈련하는 애들 대관 있으면 밀리더라)

그 뒤로는 쓸데없는 생각 안 하고 그냥 수업시간에 시키는 것만 열심히 했다(...)

 

이 무렵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단체 강습을 받던 빙상장이 대규모 공사로 인해 긴 기간 휴장한다는 것이었고 하나는 아프던 발이 더 심하게 아파지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앞선 문제는 다른 가까운 빙상장 성인 강습을 찾아 등록에 성공하며 해결되었지만 후자가 좀 심각했다.

 

매일 조금이라도 나아질까 싶어 족욕을 했는데 어느날엔가 깨닫고 보니 좌우 발 안쪽 복숭아뼈 아래 부주상골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부딪치고 있었다. 그 무렵을 경계로 통증도 업그레이드 됐던 것 같다. 스케이트 신으면 예전엔 5분 10분 통증 참으면 적응이 됐던게 이 때는 30분은 눈물 날 것 같이 아팠다가 통증도 잊혀질 정도로 발이 마비되어야 비로소 좀 제대로 탈 수 있었다. 스케이트를 벗고나면 부주상골은 평소보다도 더, 피부를 찢을 것처럼 아프게 튀어나와 있는 것 같이 보였다.

스케이트 타는 건 즐거웠지만 그 앞에 기다리는 통증을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했다.

병원도 무던히 다녔고 통증 치료도 받았지만 효과는 잠깐뿐이었다. 병원에서는 한 번에 20만원은 드는 충격파 치료를 일주일에 2~3번 몇 달 꾸준히 받아보자고 했다.

시발 돈이 얼마야.

 

원래도 잘 타게 되면 검은색 스웨이드 상위 부츠로 장비 업글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긴 했는데(검은색 스웨이드 부츠가 로망), 어디까지나 만에하나 계속 탈 경우 몇 년 뒤 예정이었다. 이때는 발 통증이 너무 심해서 내가 스케이트를 계속 탈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보이지 않았던지라 장비에 돈을 투자할 생각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근데 강습 먼저 들었던 지인이 그 무렵 부츠를 바꿨는데 완전 충격이라며 날 앉혀놓고 시험삼아 신어보라고 하셨다. 스케이트는 뭔가 굉장히 프라이빗한 장비란 느낌이라 남의 부츠 신는 게 실례는 아닐지 싶어 조심조심 신었는데....Amazing!!!! 안이 폭신하고 발도 딱 잡아줘서 꼭 운동화를 신은 것 같았다. 선수들도 많이 신는 에디아의 아이스플라이 모델이었다.

내가 충격파 치료를 받을 바에야 그 돈으로 수준에 안 맞는 부츠라고 손가락질 당하거나 욕을 쳐먹어도 그냥 부츠를 바꿔봐야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운 순간이었다.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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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2nd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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