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시험. 별거 없겠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도 하프서클(반원) 위주로 했으니까 그 연장선 정도겠거니.
딱히 턴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반원 따라 앞으로 쭉~발 바꿔서 쭉~뒤로 쭉~ 뒤로 발 바꿔서 쭉~
8자로 붙인 동그라미 두 개 다리 크로스시키며 앞으로 몇 바퀴~뒤로 몇 바퀴~
링크 편하게 활주 한 바퀴~
...이렇게 끝이기 때문이다.
근데 막상 시험 준비 시작하고 보니 스타트하는 발 모양/동작이 따로 있다는 거임.
평소에는 딱히 시험 사양대로 해본 적이 없었더니 그대로 하려니까 안 밀리는 것이었다orz
내가 또...선생님 동작 보고 따라하는 걸로는 잼병이고 무조건 많이 해서 천천히 모양 만들며 익숙해지는 파이다보니 새로 배운 동작은 머릿속에서부터 꼬이고 어색하지, 되(는 것 같았)던 것도 시험 사양으로는 이게 틀렸다 저게 틀렸다 계속 지적 들어오고 안 되니까 당황스러웠다.
지적 안 받은 거 8자 크로스 들어갈 때 모호크턴 하나뿐인데 모호크턴이 시험의 필수요소는 아닌 게 함정.
말 나온 김에 스케이트 시작하고 1년 다 채우기 전에 보고 싶다+익숙한 링크에서 시험 보고 싶다고 고집을 부리느라 개인/단체 양쪽 선생님 모두에게 민폐를 끼쳤는데-_-;;; 물론 개인강습 선생님도 잘 돌봐주셨지만 단체반 선생님이 원래는 바랄 수 없을 정도의 호의로 정말 많이 도와주시고 편의를 봐주셔서 저 많이 해서 익숙해지기에 걸리는 연습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초급 말 나오고 보름 후 시험 보겠다고 바둥대는 게 안쓰러워 보이셨나보다.
그리고 시험날.
초급 엄청 많이 보더라. 백 명이 넘어서 두 타임으로 나눠서 보는데, 인솔 선생님 없으면 자기 순서도 찾기 힘들고 연습도 불가능한 레벨. 그 중에서도 삐죽 튀어나온 성인은 몇 명 없었는데 큰 덩치로 작은 아이들 사이에서 바들바들 떨다가, 크로스 연습 중 넘어져서 곧잘 넘어져 다치던 부분에 중복 데미지까지 받았다.
중복 데미지 받으면 아프다. 이 때도 아팠다. 근데 아파도 아파할 정신도 틈도 없고...ㅋㅋㅋㅋㅋ
시간 시작되고 하프서클 순서 기다렸다가 호명하는 대로 가서 타고 나가고 타고 나가고 하는데 연습 때도 끝까지 불안하던 백인이 막판에 라인 벗어나며 흔들 해서...판정 엄격하면 망하는 거 아닌가 하고 그 때부터 땅 파기 시작해, 땅 파면서 크로스 돌고, 땅 파면서 마지막 활주하고, 나와서 뒷그룹 시험 끝나는 거 기다리며 또 땅 파고...뒷그룹에 같이 예전 단체 듣던 지인분 계시길래 나중에 인사드리고 또 땅 파고(...)
결과 발표 시간까지가 얼마나 길었는지.
하지만 다행히도, 당일 초급 떨어진 사람 없음!
아주 엄격하게 보시는 분은 없었나보다며 그제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거기서 끝은 아니고 그 다음도 혼돈이었다. 바로 합격증이랑 합격자 배지를 주는데 사람이 많고 애들+부모님까지 인원이 어마어마하다보니 호명이 안 들릴 정도로 시끄럽고 시장바닥;;;
그래도 떨어지지 않고 무사히 합격했다는 안심감에 기다림 정도야 허허....
증이랑 배지 수령까지 한 다음에는 안심감에 넘쳐서 마주친 지인과 축하주를 하러 갔다.
그렇게 많이 도와주신 선생님한테 인사 드리는 것도 까먹고.
과연 나다. 마무리까지 모양 빠지지orz
남들은 시작하고 4-5개월만에도 딴다는 초급, 나는 1년 거의 다 채워서 딴 거니 남들 대비 참 늦게 늘고 있다는 게 와닿아서 아주 조금 씁쓸함이 없지는 않았는데ㅋㅋ 그럼에도 시험 준비는 굉장히 의미가 있었다.
같은 기본 서클이라도 평소에 할 때보다 더 정확하게 잘 하려고 집중해서 노력해서 연습했더니, 시험 준비하는 2주 사이에 기본 스케이팅이 매우 향상되었다는 게 느껴졌다. 미는 발 약했던 것도 좀 나아진 것 같고, 안정도도 좋아지고...
연습하는 동안은 수업 때도 혼자 따로 과제 서클 연습하느라 시험 끝나고 다른 단체 회원분들 진도 못 따라가면 어쩌나 했는데 길게 봤을 때는 오히려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초급 그게 뭐라고 또 땄다고 자신감도 좀 붙고 기분도 좋고 한 건 덤ㅋㅋㅋㅋㅋㅋ
이렇게 초급 승급으로 기분좋게 스케이트 1년차를 마감했다.
참 빠르게 흐른 1년이었다. 스케이트 덕분에 유난히 색채가 있었던 1년이었다.
블로그의 기록으로 드러나듯, 덕분에 게임 시간이 많이 준 게 한 가지 아쉽기는 하지만....
이 때쯤 되니 스케이트는 더 이상 특별활동이 아닌 일상의 일부였다.
어느 정도 속도로 어디까지 늘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히 즐겁게 탈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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