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어는 11월 초인가 중반에 한 것 같은데 정신이 없어서 포스팅을 잊고 있었다.

드퀘 시리즈는 워낙 노가다 인상이 있어서 RPG는 좋아하는 듯 하지만 노가다는 싫어하는 묘한 성격 때문에 피해온 시리즈였다. 그런데 시간 없어서 게임 못 하니까 게임 사는 게임이라도 하고 싶던 찰라에 덤핑되어 2만원대 된 거 보고 신나서 구입. 근데 안 하고 쌓고 있는 사이에 다시 그 반토막이 났다고(...)

게임은 할 때 사야 하고 샀으면 바로 해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기게 되었다.

 

그래서 시작한 드퀘11.

스토리 흐름이 상상 이상으로 왕도라 오히려 참신했다ㅋㅋㅋㅋㅋ

어느 점이 참신했냐면 주인공을 용사의 환생이니까! 하면서 성인식 다음날 마을에서 내보내고 이런저런 트러블 해결을 다 맡기고 그러는데 주인공도 아무런 저항 없이 다 받아들이고 힘든 고난을 다 헤쳐나간다는 거다. 딱히 환생 전 기억이 있고 그런 것도 아닌데. 10대인데. 대체 어떻게 형성된 멘탈이냐.

 

걱정했던 노가다는 자동전투로 생각보다 편하게 진행했고 맵 이동이 좀 귀찮긴 했지만(내 안의 이상적 맵 이동은 테일즈오브엑실리아...마을이면 입구별로/필드라면 시작과 끝 지점마다 워프 포인트가 있음) 내가 클리어까지 걸린 약 75시간의 긴 플레이타임이 그렇게 힘들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스토리도 어디까지나 왕도면서 중반의 생명의 나무를 기점으로 순탄치만은 않은 여정이 흥미로웠고, 엔딩 이후 시크릿보스로 가는 스토리도...개인적으로는 트집 잡고 싶은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나(슈타게에서부터 이어지는 병렬적 세계선 문제) 왕도를 정확히 짚어가던 이야기에 이런 요소도 받아들여져 있다는 점이 재미있기도 했다.

중간에 몇 번 방심하고 세이브 안 한 채 죽는 사고가 세 번인가 있었는데 게임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마음이 꺾일 뻔 했던 건 그 때 정도였다.

게임 자체는 주위 플포 있고 턴제RPG 저항 없는 사람들에게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 가지 게임 하면서 장벽이었던 건 의외로(!) 보이스가 없다는 점이었다.

평소 오토메게임을 하면서도 소리는 거의 죽이고 문장 인식하면 진행 버튼 연타하는 식으로 게임 하고, 용과같이나 페르소나, 하루카3 같은 풀보이스 아닌 부분 보이스 게임이 오히려 편했기 때문에, 아예 없으면 뭐 데이터 하나 덜 읽는 만큼 진행 빠르겠네, 싶었는데...

이벤트무비에서도 보이스도, 효과음도 없이 온리 BGM으로 진행되는 드퀘11 스타일..

...솔직히 졸렸다. 무비 내용이 흥미롭고 말고랑 상관없이 인풋으로서 너무 단조로워서...

난 보이스 전혀 없어도 괜찮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크게 깨닫고 지나간다. 중요한 부분에는 필요한 것 같다. 이벤트무비가 없으면 또 모르겠는데. 효과음도 8비트 시절 효과음만 하려고 해서 그런 건가 싶은데...

난 과거 드퀘에 향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같은 식이면 게임 재밌어도 다음 드퀘는 손 안 갈 거 같다;;;

뭐 또 나와봐야겠지만ㅎㅎ

 

게임 내용과 상관 없이 인상깊었던 점.

주인공이 단발인데 이벤트무비만 들어가면 갑자기 머리결이 한 올 한 올 예술이라...이야 여행 다니면서 어떻게 관리하길래 머리가 이렇게 사라사라일 수 있냐 싶게 엄청 좋아서 씻고 말리며 게임 하다가 무비 나오면 숙연한 기분으로 헤어오일 챙겨 바르곤 했다.

 

한창 게임 많이 하던 시절이었으면 퀘스트도 다 하고 무기 연성도 끝까지 하고 좀 더 열심히 했을 것 같은데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 해서 아쉬운 한편, 그래도 70시간 넘게 재밌게 한 걸 생각하면 대단한 시리즈 대단한 작품이었다 싶다.

한글판 나오면 주위에 많이 푸쉬해야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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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이트 기록 4

게임 외 2017. 11. 19. 23:20

예전 단체는 초보만 있는 반이었는데 옮긴 단체반은 다양한 레벨이 섞여 있었다.

그 중 내가 배운 기간도 짧고 가장 서툴러서 걱정 됐는데 같이 듣는 분들이 하나같이 좋으셔서 낯 가리는 성격인데도 의외로 쉽게 적응했다.

기본기 위주로 그게 완성되기 전에는 다음 진도 안 나갔던 예전 반과 달리 여기는 다양한 내용을 섞어가며 가르쳐주셨는데, 이건 이것 나름대로 좋았다. 개인 강습에서 연속적인 커리큘럼으로 나가고, 단체에서는 원래 진도대로라면 나가지 못할 내용(...)&선생님이 연구하신 각종 연습 방법을 나가는 식. 잠깐도 질릴 틈이 없다. 피겨 너무 재미있어!!!!

 

...뭐, 재미있는 거랑 별개로 운동신경 제로, 초반 하프서클 고생했던 때에서 1도 발전이 없는 상태.

남들이 왜 그게 안 돼?? 하는 걸로 막혀서 혼자 수업에서 분리되어 그것만 주구장창 연습하기도 하고, 이건 어느 선생님이나 마찬가지였는데 혼자 유난히 넘어지고 다쳐서 선생님들 가슴 철렁 하게 만들기도 하고.

 

한 가지 다행인 게 있었다면, 주업무 데스크워크에 취미는 DTM과 게임이라는 앉은 자세에서 안 움직이는 생활 패턴 때문에 가끔 컨디션이 안 좋아져서 죽기 싫어서 하고 있던 스트레칭 덕분에 유연성은 좀 있었다는 점이었다. 덕분에 넘어지는 빈도나 받는 충격에 비해 크게 다치지는 않은 것 같다.

꼬리뼈는 한 번 깨먹었는데...발목 덜 발달한 상태에서 발목 써서 좀 아팠던 시기 있고...버니홉 하다가 토 걸려서 앞으로 엎어져 갈비뼈 금 갈 뻔한 적 있고...허리 숙이는 동작 하다가 디스크 도졌던 적 있고...같은 쪽으로 1주일 간격으로 세 번 엉덩방아 찧어서 며칠은 몸 제대로 세우기도 힘들었던 적도...있긴 한데 어쨌든 그만둘 정도 부상은.........

................내 운동신경에 이 정도면 양호하다는 거고 기본적인 센스만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닙니다. 정말로.

새로 옮긴 단체반에서만 9개월 채워가는데 여기서 우리반 회원 통틀어 넘어진 횟수 98퍼센트 나 같다.

쓰다보니 눈물 나네.

 

아무튼 머리로 원리를 이해해도 몸이 따라주지 않아 흡수 느린 나름대로 엣지 쓰는 것도 배우고 원스핀도 배우고(한 발로 도입 못 하고 성공률 낮음) 싯스핀도 배우고(허리 디스크 때문에 얘는 포기) 왈츠점프도 배우고(높이 안 뜨고 활주해오면서는 잘 못 뜀).

엣지 쓰는 거 가장 어렵고, 그 이전에 무게중심이 계속 앞뒤로 흔들리고, 상체 잡는 걸 잘 못해서 상체 바로 못 세우고 턴 종류 배워도 연결은 못하고, 내 몸뚱이가 답답한 부분들이 너무 많지만, 성인 되고 뭘 새로 시작해 긴 기간 한 가지를 이렇게 열심히 해보며 아주 조금씩이나마 성과를 느끼고 있다는 게 참 재밌는 것 같다.

무엇보다 잘 해도 못 해도 내 탓인 철저한 개인 종목에, 아무리 많이 배워봐야 내 경제생활에 일조할 가능성은 손톱만큼도 없다는 점이 좋다. 순수하게 즐기면 되고 안 된다는 스트레스도 즐거운 그야말로 취미라는 점에서 아주 굳이다.

처음 시작할 때야 남들 대비 너무 초반부터 막힌 데에 애를 태웠지만, 애들도 새 스킬 익힐 땐 2만번 연습하면 (된다는 보장도 아니고) 될 수도 있다고 연습만이 답이라고 지금 단체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게 유난히 마음에 남아 그 뒤로 무리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게 된 것 같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연습하지 뭐. 나이도 있고 신체적 조건도 안 좋고 훈련하는 애들 타듯이 시간 비용 투자해 필사적으로 하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오만하게 금방금방 되기를 바라나 싶어서. 하다 보면 언젠가 되는 날도 오겠거니...

운동신경 없어서 잘 안 돼서 속상할 때도 있고, 마음 내려놓을 수 있어서 편할 때도 있다ㅎㅎ;;;

 

이렇게 스케이트가 생활 안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으며 다시 몇 개월이 지났을 무렵이었다.

단체 수업에서 턴이었나 엣지 쓰는 거였나 나간 10월 후반 어느날, 선생님께서 봐주시던 중  "초급 시험 봐도 되겠는데?" 하고 말씀하셨다.

처음엔 별 생각 없이 그래요?ㅎㅎ 했는데, 웃긴 게, 그 때까지 시험은 재밌게 진도 나가는데 연습에 시간 할애해야 하고 관심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을 텐데 막상 말을 들으니까 급 욕심이 생기더라. 머릿속으로 다음 시험쯤 볼 수 있으면 스케이트 시작하고 1년 되기 전에 초급 따는 건가? 하고 계산까지 하고 나니 더더욱...

그 뒤, 개인 강습 때 선생님께도 물어봐서 딸 수 있다고 확답을 듣고 시험을 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다음은 초급시험 도전기.

 

(내킬 떄 이어짐)

 

사족.

배우면서 좀 정리해버릇 할걸 언제쯤 뭐 배웠는지 자세하게 생각이 안 난다orz

Posted by 2nd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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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3월부터 했는데 그래도 고민하고 개기다가 4월.

부츠 업글을 결심하고 유명한 판매처에 문의를 넣었다.

그리고 나는 끊임없이 블랙 스웨이드 블랙 스웨이드 블랙 스웨이드를 주장했는데(사장님이 이것만 봐도 내가 누군지 아실 거 같을 정도로)...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웨이드 포기하고 나도 에디아의 아이스플라이+코로네이션 에이스로 가게 되었다.

 

 

상위 부츠면 다 처음 신었던 그 아이스플라이 느낌일 줄 알았더니, 마음속에 정해뒀던 리스포트 RF-2 블랙 스웨이드는 그냥 이건 나랑 리스포트가 안 맞는 건지 앞에 신던 주피터만큼 신은 순간부터 발이 아팠고ㅠㅠㅠㅠ 그 외에도 사장님께서 날 위해 취급하시는 모든 블랙 스웨이드 모델을 준비해주셨으나 내 발 볼이 넓은 편이라 맞는 모델이 블랙 스웨이드를 떠나서도 아이스플라이밖에 없었다. 에디아가 그나마 다양한 발 볼 사이즈가 나오는 것 같았는데 다른 모델은 다 안 맞고 오로지 아이스플라이 하나...

이것만 신고 꽉 묶었을 때 아무데도 안 아파...선택권......없어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이 조합으로 돈이 100만. 치료를 대신할 수 있을지 불안했지만, 언젠가 1년 뒤든 2년 뒤든 바꾸긴 바꿨을 거라고 생각하고 업그레이드를 마쳤다.

 

그래서 결과요? 대만족입니다. 그동안 병원에 쓴 돈과 아픈 거 참은 수개월의 시간이 아깝다!!!!

발 통증, 특히 부주상골 튀어나와서 마비되듯 아프다 싶으신 분들은 진짜 적극적으로 부츠 교체 생각해보세요. 통증이 누적되기 시작되어 당장 내 발이 아프다면 실력이 어떻고 문제가 아닌 거 같습니다. 부주상골 튀어나오고 자료 엄청 찾아보면서 한 번 튀어나오면 이건 쭉 안고 가는 건줄 알았는데 지금은 튀어나왔던 뼈 제자리로 다 들어갔고, 걸을 때도 힘들었던 발 통증도 서서히 나아져서 지금은 전혀 안 아픕니다.

벙거패드나 실리콘패드 그런 거 하나도 안 쓰고 족욕이나 마사지나 그런 케어 하나도 안 함^^

물론 엣지 잘 쓰고 점프 뛰고 하다 보면 또 불편한 부분이 생길 수 있겠지만 단순히 신고 미끄러지는 게 눈물 나도록 고통스러웠던 건 싹 사라졌습니다.

 

스케이트 처음 시작하고 사서 읽은, 일본에서 성인강습으로 피겨 시작한 체험기 책 저자가 스케이트 사면서 들었다는 이야기가 "사람마다 자기 발에 딱 맞는 신데렐라의 구두 같은 부츠가 있다"라는데, 이거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아이스플라이가 모든 사람에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나는 이 부츠로 업글하고 현재 타는 레벨에서는 통증 걱정 없이 잘 타고 있고 부츠가 낡아 바꾸게 되어도 똑같은 모델로 가려고 생각하고 있다.

발 아픈 거 참으며 타시는 분 있으시면, 좀 오래 탈 예정이 있으신 분이라면 돈이 좀 들더라도 성인이면 하나 사서 오래 신겠다, 자기 발에 맞는 부츠 모색 검토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통증 이외에 교체로 인한 적응면에서는...

아이스플라이가 굽이 높아 적응이 힘들다고 들었었는데 내 체감으로는 주피터랑 별 차이가 나지 않았다. 굽 높이로 고생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날은 코로네이션이 뒤가 좀 짧은 편이라 뒤로 넘어지기 쉬울 수 있다는 애기도 들었는데 난 그 전에도 크로스가 서툴러서 날로 자꾸 부츠를 밟았기때문에(...) 오히려 바꾸고 덜 밟고 있고, 뒤로 무게 넘길 만큼 코어가 튼튼하지도 않아서 짧은 날 덕을 보고 있는 것 같다.

발목이 짧아서 흔들림이 많아지긴 했는데 이건 많이 타며 내가 단련해나갈 부분이지 싶다.

 

아픈 게 해결되면 남는 건 스케이트 신난다!!!!! 뿐.

딱 이 타이밍에 어떻게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됐던 모호크턴이 되기 시작해서 더 신났던 것 같다.

이때쯤 기존 단체반이 빙상장 휴장으로 완전히 닫히고 새로 옮겨간 단체반에서 자리를 잡아간다.

이렇게 부츠와 빙상장 이동이라는 나름 큰 두 가지 과제를 클리어하며 4월을 마감하게 되었다.

 

(기분 내킬 때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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