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1] 흑의 13

게임'16 2016. 2. 28. 23:12

하다하다 못해 플1 게임도 쌓고 있었다. 

96년 발매작에 구한 건 아마 2000년대 들어와서인데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사운드노벨 게임이 낯설었더니...

거기다 처음 틀었을 때 5분도 안 돼서 선택지 잘못 골랐다고 게임오버 당했더니 마음이 꺾여서 10년 동안 안 틀었던 것 같다. 즉사 게임의 존재를 몰랐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외에 기억하는 건 야후 옥션에서 1엔에 파는 거 사서 배송비 490엔 포함 총 500엔 입금했었다는 거.

최근 플3에서 플1 디스크가 돌아간다는 걸 우연히 이제서야 알게 되고 테스트 겸 집어넣어봤다가 그대로 플레이하게 되었다. 텍스트 게임 하면 20-60시간씩 가는 거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한 편 한 편이 짧길래...



타이틀 그대로 열세 편의 미스터리계 이야기가 들어있는 게임.

미스터리 작가 아야츠지 유키토의 감수로 나온 작품.

처음에 네 편이 열려 있고, 다 클리어하면 또 네 편, 그 다음 또 네 편, 마지막에 열세 번째가 열린다.

물론 마지막 열세 번쨰 시나리오가 아야츠지 유키토 씨 작품.

그 앞의 시나리오들은...외주라는데 참가진 중에는 아야츠지씨랑 같은 교토대학 미스터리 서클 출신 사람도 있고? 어떤 기준으로 골라진 어떤 사람들인지(소설가 아닌 사람들도 많고 이력 확인이 안 됨) 잘 모르겠다.



인터페이스는 정말 가장 기본의 기본 스타일. 실사나...당시로서는 애쓴 CG 배경에 텍스트 깔리는 방식.

선택지가 특이해서, 이야기 흐름 상 정답을 추리할 수 없는(어디로 갈까 1.왼쪽 2.정면 3.오른쪽 이런...) 스타일인데, 주인공이 유리한 방향으로 선택지를 고르는 게 아니고 이야기가 이어질 것 같은 방향으로 골라야지 바른 선택지가 된다(괴담 풀어볼까, 할 때 1.말을 돌린다 2.안할래요 한다 3.해볼까요 하고 나오면 3번이 정답). 모든 선택지는 세 가지 중 선택이고 정답은 하나, 나머지는 무조건 배드엔딩이다. 배드엔딩은 주인공은 무사하지만 이야기는 안 이어지는 스타일, 개그로 급 끝맺는 스타일, 뜬금없이 사망하는 스타일로 나뉜다.

시나리오는 초딩 대상인가 싶은 유치한 것도 있고 애절한 것도 있고...열세 편 중 열한 편이 우울 계열이고 두 편만 해피(?)엔딩이다. 라이터가 여러 명이다 보니 완성도는 높은 건 높고 아닌 건 아니고 그렇다.


선택지 관련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해보면 게임 포멧을 빌린 게임북이다.

하면서, 딱 나 초중딩 시절, 막 괴담 프로그램 유행하고 그러면서 프로그램명 차용한 괴담 책이 동네 서점에 놓이고 그랬는데 딱 그런 느낌이다, 싶어서 확인해보니 확실히 게임 나온 1996년도면 딱 그 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는, 이 게임을 재밌게 하려면 당시에 했던가...어쨌든 최대한 구하고 바로 했어야 했다.

일부 완성도 높게 느껴지는 작품들도 새로운 맛이 없고, 그 외의 작품들은 이야기의 흐름을 강제하기만 하고 왜 그렇게 흘러가는지 납득은 안 시켜주는 것들이 많아서, 시대에 따른 괴담의 유행 스타일도 많이 달라지고, 내 머리도 커진 지금 와서 하기는 조금 괴로운 부분이 있었다.


당시 리뷰 보면 '날개 소리'라는 이지메 당하는 소녀 이야기가 우울하기도 최고고 바퀴벌래 소재로 해서 혐오감도 가장 크고 이야기 흐름이 애초부터 구원 받을 여지도 없었던지라 열세 편 중 가장 강렬했다고 하는 글이 많은데...난 그 구원 받을 여지 없다는 소녀의 현재 상황 밝혀지는 부분이(이게 최고 반전) 제목에도 쓰인 바퀴벌래 날개 소리랑 딱히 이어지는 것도 없고 해서 오히려 애매하게 어긋나는 느낌만 받았다.

눈에 띄는 모순 없이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라미아', '그녀의 도서관', '어둠 속에 흩날리는 눈은', 아야츠지 씨의 '철교' 등이 있는데 작품이 짧고 어쩔 수 없는 옛날 작품이라 클리셰만 훑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애초에 이 게임 사려고 한 원안 담당이 모 작가인 '금고 이야기'도 클리셰+딱 그 작가스러운 엔딩이었고.

가장 내 취향으로 좋았던 작품은 이야기 끌어가는 아이템이 특수한 '비를 보며 운다'. 그 외에 '운명의 문'이 루프물 비슷한 구성으로 상당히 내 취향에 근접했으나...과거에 차에 치었다가 차주가 데려간 뒤 실종된 주인공들의 동급생 소녀가 어떻게 된 건지가 묘연해지고 이것때문에 루프가 완성이 안 돼서 상당히 아쉬웠다. 그 소녀랑 주인공들이 차로 치어서 싣고 간 소녀 이름이 같았으면 됐던 건데 왜때문에....완전히 닫아버리는 건 그때보단 근래의 스타일인가.



목적한 이름이 표기된 스탭롤의 일부(한 이름은 지금이랑 표기가 한 글자 다름). 

저 중 두 개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게임으로도 미스터리로도 크게 만족스럽지는 않았으나 플레이 타임이 짧아서 하기 편했고 무엇보다 10년 넘게 쌓아온 걸 드디어 클리어했다는 사실에 후련한 마음이 앞선다.

그리고 음악이 좋았다. 생각도 못한 부분에서 한 가지 득 본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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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2nd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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