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스타트로 심심한 사람은 보고 갑시다.

그랑프리 2017 파이널에서 유리 온 아이스의 오프닝 "History Maker"로 오프닝 세레모니와 갈라 오프닝이 이루어졌다. 일본 페어가 작품 내 음원인 Yuri on Ice로 대회에 나가기도 하는 등, 개인적으로는 리얼피겨와 확실히 구분해서 즐기고 있지만 이렇게 리얼피겨와 교차되는 순간이 생기는 면도 재미있는 작품인 것 같다.

 

 

 

일본은 개인적으로 해외란 느낌도 잘 안 들고 플라이트 시간도 짧으니 공항 오가고 대기하고 하는 시간이 너무 귀찮아서 점점 안 가지는 것 같다. 이러다 가게 되는 건, 생각해보면 최근에는 성지순례 하러 뿐인 듯.

지난 용6 오노미치로부터 1년, 이번엔 유리 온 아이스 성지순례 하러 사가에 다녀왔다!!!!

 

 

사실 유리 온 아이스(이하 유온아)가 스케이트 타게 된 계기는 되었지만 그렇게까지 좋아한다고 생각은 안 하고 있었다. 다른 취미인 DTM에서 작사 못 하는 게 강한 컴플렉스라 읽었던 작사가 에세이에서 "무감동해지는 게 가장 나쁘니까 뭐에든 감동하는 버릇을 들여라"라는 문장에 명치 좀 얻어맞은 직후 처음 접한 새 작품이 유온아라 무조건 적극적인 호감을 가지고 접하려고 생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남들 뭔가에 치이듯 푹 빠지는 느낌이 없어서 감정선이 죽었나보다, 난 이제 글렀나봐...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만 안고 있었다.

근데 그런 식으로 계속 생각하고, 모종의 이유로 한 곳에 구속되는 시간이 긴 1년을 보내며 다른 새로 접할 작품도 없었던 덕분인지(덕분에 이번해 클리어 게임 개수가 처참), 이 장르는 나도 모르는 사이 늪처럼 내 발목을 붙잡고 천천히 집어삼키기 시작해...어느 새엔가 목까지 잠겨 들어가 있었다^p^

원작 블루레이랑 설정집은 작품 재밌게 본 예의로 제작 사이드에 환원하기 위해 구입했지만, 처음엔 분명 어디까지나 작품 팬은 아니고 게임에 안 쓰는 돈 썼다는 정도 기분이었는데.........굿즈 사는 취미는 애진작에 접고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굿즈 따위를 배대지까지 돌려가며 돈/시간 쓰며 기다려서 사대냐^^ 하고 있었는데...................근데 일본 거주하던 지인이 나 대신 각종 콜라보와 행사, 굿즈 정보를 찔러주며 내가 Дa라고만 하면 구해서 보내주는 환경을 만들어준 덕분에 놀 시간이 없는 스트레스도 도와 아몰라다질러 하다보니........................................오오에도온천이나 유리 뮤지엄까지 다 가주셨다고...안 살 수가 없다...

여기까지가 입덕  과정에 대한 변명.

지금은 스스로 배대지 거쳐 굿즈 사는 훌륭한 장르 덕이 되었다

 

공항선 쾌속 카라츠행을 타고 카라츠까지

 

주인공 카츠키 유리의 출신지이자 작품 초반 무대로 등장하는 하세츠는 사가현의 카라츠(가라쓰) 지역이 모델이 되었고, 그곳을 찾는 팬들이 생기며 공식에서도 기간을 정해 성지순례 콜라보(사가!!! on ICE Twitter)를 기획해 실시했다. 하지만 "좀 좋아하게 됐다지만 뭘 또 성지순례까지...안 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 지인이 사가현 여행을 가게 되었고, 농담으로 유온아 무대가 그쪽인데 갈 데 없으면 들러보세요^^ 하고 말을 던졌다. 그랬더니 진짜 가셨다. 유온아 안 보셨는데. 관광안내소에서는 한국어 공부하신 직원이 있어서 안 봤다는 사람을 붙잡고 열심히 작품 소개를 해주시며 성지순례 가이드 팜플렛을 주셨다고 한다. 그분은 그대로 작품에 나오는 카라츠성에도 가셨고, 천수각이 공사중이라 올라가지 못한 아쉬움을 안으며 매점에서 파는 카라츠 한정 유리 굿즈와 작품에도 나오는 소주 '마계에의 유혹'을 사다주셨다. 나는 감사히 전달받으며 보답으로 작품 블루레이를 빌려드렸다.

 

 

이 때만 해도 내가 갈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리고 몇 달 뒤, 성지순례 콜라보 2탄이 시작되었다. 이 때까지도 "귀찮게 어딜 가...안 가......" 하고 있었는데 위의 지인을 간만에 뵙고 술 마시다가 어딘가 조용한 곳 또 여행 가고 싶으시다길래 이번에도 농담으로 "혹시 사가 또 가시면 저 성지순례 겸 같이 갈 텐데^^"하고 던졌는데 "그래요? 가실래요?" 하고 돌아와서 얼떨결에 여행 계획 성립, 그 자리에서 날짜 정해서 돌아와서 티켓 끊고 숙소 잡고 하며 구체적이 되었다.

(사실 이렇게 물 흐르듯 정해질 정도면 마음은 반 이상 갈 생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ㅋㅋㅋ)

일정 자체는 성지순례 콜라보 2탄이나 공식 투어가 끝난 다음이었지만 딱히 그 때 한정 굿즈나 점포별 푸드 메뉴, 분위기에 집착까진 없었던지라 사람 빠지고 한가하게 구경다닐 수 있겠다 하고 느긋하게 여행을 준비. 그 주 주말에 후쿠오카 쪽에서 아라○ 콘서트가 있어서 인터넷상으로 숙소가 전멸하는 바람에 잠깐 안색이 창백해지기는 했는데...지인이 전화로 찾아 확보해주심. 하나부터 열까지 신세 제대로 진 여행이었다orz

 

잡설이 길었다. 첫날은 저녁 도착이라 여행기 분량이 짧기 때문이다.

길지만 접지는 않는다. 어차피 나만 볼 내용이고 내가 다시 볼 때 접혀 있으면 귀찮으니까.

 

 

엔딩에서 유리와 빅토르가 마주보고 앉은 전차

 

3시경 비행기를 탔고 플라이트는 1시간 20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 짐이 늦게 나와서 차 잘 없는 카라츠행을 하나 놓치고 나니 시간이 뒤로 좍좍 밀리더라. 그래도 괜히 각역 정차 로컬선 타고 가서 메이노하마에서 갈아타는 것보다 기다렸다 쾌속 타는 게 도착이 빨라서 겨우 카라츠행 쾌속을 탄 게 6시 넘어서.

(원래 기내 캐리어만 들고 다니는데 여행 목적 하나때문에 위탁이 필요해서 일행에게 초반부터 폐 끼침)

대신 쾌속을 타니 그 순간부터 여행목적이 달성되기 시작하고 있었다.

위는 카라츠역이 거의 종착이라 전차 안에 사람이 없어진 틈에 찍은 사진.

겨울이라 해가 일찍 져서 작품 내에서처럼 저녁노을 드는 타이밍이 아니었던 게 아쉽다.

이 전차 안 광경 하나가 뭐라고...작품 팬이 된다는 게 이렇게 무섭다. 기분이 남다르네. 헤헤-_-;;;;

 

역 주변 지역 보이는 불빛의 전부(...)

 

예상을 배신하지 않는 한산함. 그나마 카라츠 전역, 전전역보다는 좀 나은 게 이 정도인가본데...

7시반에 이미 서울 중에서도 내가 사는 사람 없는 변두리 지역의 11시반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성지순례로 오긴 왔다만 이 지역에 내가 무엇을 기대하면 좋단 말인가, 하고 한숨을 쉬며 플랫폼에서 역 구내로 내려갔더니...

 

 

--여기도

 

--거기도

 

 

--저기도

 

 

온통 유리 온 아이스 성지순례 콜라보의 흔적들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인이 왔던 것도 콜라보 1탄 끝난 후였는데 여기저기 포스터 붙어있더라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역 구내 들어서자마자 떨어지면 죽는 병에 걸린 것 같은 사제가 익숙한 얼굴들이 맞이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1화에서 미나코 선생님이 고향에 돌아온 유리를 맞이하던 역 구내

 

7시반에 이미(이하생략) 덕분에 구내에 사람이 하나도 없어서 마음 놓고 사진 찍을 수 있었다.

...초반부터 흥분하긴 했지만 출발 이후 아무 것도 먹지 않아 배가 고팠다.

일단 호텔에 도착해 체크인을 하고 밥을 먹으러 나왔는데...

 

2화에서 유리 프리세츠키가 쿠소야바이오샤레한 호랑이 티셔츠와 만나는 상점가

 

걸음을 옮기는 족족 성지순례...

작품에서 큐마치 상점가의 모델이 된 쿄마치 상점가.

오노미치 때도 상점 여기저기에 용과같이 포스터가 붙어있긴 했지만 여기도 장난 아니었다.

 

 

지금 다시 사진을 봐도 무슨 가게인지 알 수 없는 곳을 포함해,

 

 

애니메이션이라는 거랑 상관 없어 보이는 가게 여기저기에 온통 유리온아이스...

 

 

하세츠 익시비젼 온천 on ICE 포스터도 실제로 열릴 것 같은 기세로 사방에 붙어 있었다ㅋㅋㅋㅋㅋ

여기도 다 영업 끝나서 문 닫히고 사람 없는 걸 빌미로 열심히 찍어댔다.

카라츠가 성지순례로 마케팅 중이라 가이드맵에 매너만 지키면 사진 찍는 데에 허가는 필요 없다고 하고 있지만 역시 열려 있고 사람들 오가면 신경 쓰여서 못 찍겠어서..ㅠㅠ

어쨌든 정신없이 찍다가 슬슬 음식점은 안 닫히고 하고 있는지 불안해지기 시작.

다행히 픽업해둔 가게는 무사히 영업 하고 있어서 드디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유리온아이스 4화 아이캐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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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상점가에 있는 旬風이라는 가게에서. 활오징어회는 먹고 싶어할 것 같다며 지인이 찾아준 가게.

메뉴는 회에 플러스로 문어튀김, 생선조림, 처음 내온 활오징어는 나중에 다리 부분 따로 튀겨준다.

주류 외에 대체로 메뉴 가격이 적혀 있지 않았다. 활오징어에 이르러서는 시세인 듯 했음.

예약 없이 가서 카운터석에서 먹었는데 당일 그랑프리 파이널 시니어 여자 싱글 경기 있는 걸 틀어줘서 경기 보면서 맛있게 먹었다. 덧붙이자면 보면 아름답다고 생각하지만 판정은 잘 모른다. 좋은 경기였습니다.

비쌌다. 대신 맛있었다. 오징어를 큰 걸 시켰더니 양이 많았는데...마지막까지 다리를 요동치던 오징어를 잔인한 방법으로 포식한 데에 대한 예의로 배불렀지만 다리 튀김 끝까지 다 먹었다.

 

일본 오면 가라오케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고, 다행히 아무 것도 없는 카라츠에도 (한국에도 있는 바로 그 체인) 마네키네코가 있었는데, 때는 토요일 밤. 아무 것도 없는 동네의 유일한 가라오케.

...사람이 엄청 많았다. 대기시간 한 시간에 우리 뒤로도 금방금방 줄이 늘어나서;; 일단 다음날 밤으로 예약을 넣고 첫날은 일찍 철수하기로 했다.

 

카라츠 다이이치 호텔 트윈룸

 

두 밤을 머물게 된 카라츠 다이이치 호텔.

아라○ 콘서트 전날 밤, 후쿠오카에 접근성 좋은 사가쪽까지 숙소 전멸한 상황에서 룸을 확보시켜준 고마운 곳 .깨끗하고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다.

 

딸기요구르트술...기대와 달리 너무 썼다ㅠㅠㅠㅠ

 

여행의 마무리는 술과 안주.

딸기요구르트술을 궁금해서 사와서 맛없게 먹었는데 나중에 보니 얼음이랑 마시는 리큐르였다.

괜히 들떴다고 모험을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학습하며 첫날 일정을 마쳤다.

 

(둘쨋날로 이어짐)

Posted by 2nd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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