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V] 렌 드 플뢰르

게임'15 2015. 11. 29. 22:54

기대했던 작품이기는 한데 최근 오토메이트 쪽 게임 느낌이 좀 애매하다 싶어서 구입을 보류하고 있었더니 나온 후 평가가 생각보다 좋지 않아 왜지? 하고 더 궁금해졌던 작품. 최대한 스포일러 피하며 분위기만 살펴보는 방향으로 있었더니 지인이 빌려주었다.

자기는 안 하고.

 

원래 구입하려고 했던 게 완드 때 그림이 예뻤기 때문에 그 그림을 비타 화면으로 더 예쁘게!!! 하는 기대의 비중이 컸는데 그림은 정말 예뻤다. 어느 게임에나 인체나 이목구비 이상한 샷 하나쯤 있기 마련인데 렌드에서는 적어도 내 눈에는 특별히 눈에 띄지 않았다. 그 외에 완드 때부터 마음에 들었던 건 각 캐릭터가 개성 있으면서도 누구 하나 이야기 망가트리는 구석 없이 밸런스가 잘 맞는다는 거였는데...

 

렌드도 캐릭터들은 잘 잡은 것 같다. 그리고 설정들도 다 좋았던 것 같다.

직접 해보기 전에 들었던, 세상이 멸망한다는데 연애 엔딩 들어가면 머리가 없는 것처럼 나몰라라다, 라는 건 해보고는 공감을 못 했다. 어디까지나 이 인물들에게 무대는 인간 세상과 분리된 다른 세계고 인간 세상은 이야기의 부품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적인 주인공의 선택에 무게는 실려야 하기 때문에 그 부품이 전혀 무가치하게 취급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필요 이상으로 가치를 확대 해석하는 것도 이 작품 세계관을 부정하는 게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야기가 짧다는 평은 어떤 건지 이해가 될 것 같았다. 위에도 적었지만 '멸망으로 향해가는 인간 세상'이라는 소재가 무게를 가지는 가치 있는 일개 부품이 되기 위해서는 서술이 더 필요했다고 본다. 예를 들면 용기사07의 '쓰르라미 울 적에'는 일상 파트만 15-20시간이 넘어가서 유저를 질리게 만드는데, 바로 그 지루한 것 같았던 일상 파트가 있기 때문에 사건으로 인한 작품 분위기의 반전이 작가의 의도대로 표현되는 거다.

그런데 렌드는 뼈대만 있고 살이 제대로 안 붙은 느낌. 인간 세계가 여신의 그라스를 받아 급진적으로 발전했다, 로 서술을 마치지 말고 이걸 좀 더 장황하게, 그라스가 부족해지면 어떤 식으로 악영향이 나타나는지를 더 생생하고 위기감 들게 서술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작품 초반의 기사의 신뢰를 얻는 파트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를 통해 상대의 마음을 끈다는 라비르라는 시스템은 참신했지만 대화를 통해 기사들의 신뢰를 얻어간다는 걸 표현하려면 그 라비르를 더 여러 번 반복하거나, 성우 녹음할 비용을 아끼고 싶었다면 문장으로라도 그 과정을 더 표현했어야 한다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문장량을 지금의 5배에서 10배 정도로 늘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세계관만 탄탄하게 설명된다면 각 캐릭터별 스토리나 엔딩은 꽤 마음에 드는 편이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

또 아쉬운 게, 라비르 시스템을 어필하려는 나머지, 기타 장면의 문장이 극단적으로 절약된 인상을 받았다. 심지어 왜 거기에 굳이 라비르가 들어가야 하는가, 그냥 선택지 처리가 자연스러운데, 싶은 장면들도 많아서 이런 부분에서는 실망스럽기도 했다. 억지로 라비르 시스템을 쓰는 게 선택지를 안 쓰고, 또 캐릭터별로 라비르 횟수를 맞추려고 했기 때문일 것 같은데, 딱 큰 틀이 있고 거기에 캐릭터 루트 별로 블록을 바꿔끼우는 것 같은 느낌이...물론 렌드는 루트별로 이야기가 확확 달라지기는 하지만 되게 DMMd 생각나서 좀 그랬다. DMMd가 딱 이런 블록만 부분부분 바꿔 조립해놓은 느낌이었는데....

라비르 자체도 이왕 하는 거, 미스터리 작품에서 보듯이 이야기를 여럿 수집해서 거기서 중요한 단서를 제시하는 식으로 해서 게임성도 동반하기를 바랐는데, 정해진 캐릭터한테서 두 개 들어서 다음에 제시도 두 개 하는 건 좀...물론 공략 본다면 다 똑같을지도 모르지만 한 가지 문제를 검토함에 있어서도 여러 이야기를 들어보며 이야기를 보완하는 방식이 더 활발하게 이루어졌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중간에 적었듯 스토리와 엔딩은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캐릭터 엔딩까지 보면 이런저런 것들이 다 앞뒤가 착착 맞아 떨어졌던 것도 내가 좋아하는 감각이다.

하지만 각 루트에 따라-주인공과의 친밀도에 따라 밝혀지는 사실들이 딱 해당 캐릭터의 건에 한정되는 건...이것도 좀 이야기가 블록 조립이 되는 것 같아서 인상이 좋지 않았다. 예를 들어 얘는 정체가...얘는 어떤 비밀이...얘는 이런 사정이...이런 것들이 딱 그 캐릭터 루트에서만 나옴. 그걸 밝히는 주체는 비밀들을 다 알고 있고 이걸 다 까놓고 가느냐 마느냐로 흐름이 크게 바뀔 것 같은데 왜 안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들며 납득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물론 다 까놓고 가려고 하면 캐릭터별로 엔딩으로 가는 것도 문제였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렌드 같은 형태는 너무 편의주의적이라...완드는 딱 캐릭터별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형태라 이런 게 없었는데...이 팀의 차기작이 또 이런 주인공 중심적으로 흘러가는 스토리라면 플레이할 마음이 좀 적게 들 것 같다.

 

쓰다보니 길어졌다. 하고나서 꽤 시간 지나고 쓰는 건데도 길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역시 캐릭터별 이야기와 엔딩에는 좋은 인상이 있고, 위에 쭉 적어내린 만큼의 아쉬움도 역시 계속해서 있다. 좋은 인상이 지워지지 않고 있으니까 아쉬운 점이 더 아쉬운 것 같다.

이 팀이 (완드1 같은 지루한 플탐 늘리기 말고) 코드리얼라이즈 정도 플탐 나오게 길게 이야기 좀 뽑으면 괜찮은 작품이 나올 것 같은데...렌드 판매량 얼마나 나왔을지 모르겠는데 오토메이트 내 팀 입지 나빠지지 말고 다음에 더 좋은 작품 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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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2nd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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