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지난번 글에 영상 올린 키하라 류이치&스자키 미우 페어의 2017전일본 우승을 축하합니다.

평창 올림픽 피겨 경기장에서 YURI on Ice가 흐를 가능성이 생겼군요.

즐거운 기대와 함께 대표 선발 발표를 기다려봅니다.



날이 밝았다. 아쉽지만 카라츠와 헤어질 날이다.

 

 


마지막으로 역 앞 풍경을 사진에 담으며 이별을 고했다.

기회 되면 또 놀러 올게. 다음엔 비 안 오고 맑을 때...(오열)

 

날씨의 영향은 강했다.

타려고 한 전차가 강풍으로 지연되어 안 그래도 한 시간에 두 대 있는 차가 20분 이상 더 지연되었다.

야후로 운행 스케줄 확인하는데 지연된다고 우회 루트를 검색하라더라. 그런 게 있을 리가 없잖아...

어쨌든 이렇게 또 늦게 이동하게 되어, 늦게 하카타에 도착하고, 늦게 호텔에 도착해 짐을 맡겼다.

그리고 호텔 앞에서 일행과 헤어져 부리나케 뛰었다. 다음 스케줄을 위해서.

 

카라츠 떠났는데 무슨 스케줄이 남았냐고?

무슨 말씀을. 여기서부터가 내 진짜 성지순례다!!!!

 

여행을 처음 계획했을 때, 여느때처럼 얼른 타고 얼른 내리게 수하물은 기내용만, 하고 자연스레 이야기가 흘러가고 있었는데 문득 욕심이 생겼다.

성지순례, 굳이 갈 생각 없었지만 이왕 간다면 하세츠성이나 카츠동 먹으러보다 여기가 가고 싶다...

바로..........아이스캐슬 하세츠(의 모델이 된 링크)에.......!!!!!!!

기껏 스케이트 배우니까!!!! 스케이트 타러!!!!!! 카츠키의 홈링크이자 온천 on ICE가 열린 그곳에!!!!

 

근데 스케이트는 블레이드가 붙어서인지 기내 수하물로는 실을 수가 없다더라.

심지어 링크가 카라츠에서 가까울 줄로만 알았더니 하카타 끼고 서로 반대편이라고.

처음 스케줄로는 카라츠에서 왕복하려고 했더니 왕복만 5시간...무리가 있었다.

가서 타봤자 한 시간이고 여기도 볼 거 딱 링크 하나일 것 같은데 포기할까, 하고 고민했으나 언제 또 올지 모르니 미련을 남기지 말자고 감행을 결정. 일행에게 양해를 얻어 일정을 변경하고 호텔 예약도 변경하고 짐도 위탁하기로 정했다(위탁은 훗날 내 짐이 늦게 나와 첫날 이동이 늦어지는 전개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곳은 너무 나를 위한 목적지므로 일행과 갈라져 따로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거쳐 어렵게 들고 온 내 파트너와 함께, 하카타역에서 신이이즈카역까지 이동.

링크 사이트 안내에는 역에 도착해서 버스 타라고 되어 있었는데 걸어서도 15분 정도길래 그냥 걸었다. 

버스 정류장 찾아 기다렸다 타는 시간이나 걷는 시간이나...워밍업도 겸해. 험한 길 없고 걸을만 했다.

주택만 있는 한적한 동네를 걸어 걷다보니 저 멀리 보여왔다. 가본 적 없지만 익숙한 건물의 포름이....!



이날은 월요일이라 링크 오픈은 12시부터(대관여부/오픈 시간은 이이즈카 ICE PALACE 사이트에 올라온다).

오픈시간에 맞춰 움직이려던 처음 일정이 오전의 전차 지연 등으로 무너지는 듯 싶었으나 그 다음은 호텔도 잘 찾고 볼일도 빨리 마치고 전차도 놓치지 않아 정확히 오픈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구름은 있지만 여행와서 처음으로 파란 하늘도 보이고 기분은 절호조!!!

 



큭...내가 애니 본지 오래됐으면서 복습도 안 하고 갔더니 기껏 성지순례 와놓고 사진이 다 찍는 위치나 각도가 애매한데 여기도 어김없다. 각도 제대로 잡은 사진이 하나도 없음. 

하세츠성만큼이나 실제 건물과 작품 내 건물이 일치하는 곳 중 하나인지라 대단히 아쉽다. 

사진 찍으러 다시 가고 싶을 정도....ㅠㅠ

일치하는 만큼 차이점도 크게 다가오는 곳이었는데, 일단 계단이 애니만큼 폭이 아주 넓지는 않아서...



이 장면을 연출할 공간적 여유가 실제로는 없다.

내부 구조도 많이 각색된 편이다.




카운터 부근은 비슷하지만 작품 안 아이스캐슬은 아이스팔래스 내부를 반으로 압축시켜놓았다.

스케이트 대여소가 옆으로 한참 더 길쭉하게 있는데 딱 사진 속 카운터 만큼만 할애하고 본래 대여소 쪽에 링크 출입구를 달아버렸고, 카운터 앞 유명 피겨 선수들의 사인 색지가 든 장식장도 아래 샷처럼 카운터와 링크 사이로 옮겨놓았다.




이렇게 안에 장식장이 있고 코인로커가 있고 자판기가 있고 파란색 벤치가 있고 정도의 부분적인 요소들은 일치하지만 일단 내부 면적 반 이상이 날아갔다고 보면 좋다. 벤치도 등이 있고 없고 차이가 있고.

한 화면 안으로 장면을 잡기 위해 이런 식으로 바뀌는구나 싶어서 재미있었다.




한편 쓸데없이 똑같아서 웃긴 부분도 있다. 바로 입장권 자판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칸 숫자까지 똑같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웃을 때가 아닙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자.



이용권, 대화료 포함 1600엔, 미포함 1200엔.

참고로 국내에서 이용료 가장 비싼 링크는 롯데월드 아이스링크 대화료 포함 16000원/미포함 11000원이다.

내심 동공지진을 일으켰지만 침착하게 이용권을 끊어 연습복으로 갈아입고 링크에 입성했다!!!





아이스캐슬 하세츠에!!!!!!!!!!!!!!

오픈 직후라 정빙 깔끔히 된, 평일이라 사람 없는 링크는 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두근거리게는 만드는데 사실 스케이트 배우고 극초반의 무모한 대관 경험으로 스킬 없는데 링크만 넓어봤자...하는 무력감도 알고 있기 때문에 흥분은 적당히 억누르고 얼음 위에 발을 디뎌 넣었다.



아....역시나 아직 자유롭게 활주할 정도 실력이 안 되다보니 여행하며 스트레칭 잘 못 챙기고 예상치 못한 큐슈의 추위에 몸이 굳은 티가 다 나더라. 거기다 평소 익숙한 링크가 아니라는 긴장감도 있었던 것 같고...낯설다고 웜업 스트레칭도 제대로 안 하고 들어가기도 했더니 아주 그냥 몸뚱이가....ㅋㅋ........


사람 없으면 우리나라처럼 가운데 강습용 고깔도 안 세우는 시스템인지 기껏 링크를 넓게 쓸 수 있는데 땅콩 활주도 못 하겠고 발 나가는 것도 어색하고 그래서, 이러려고 스케이트 짊어지고 온 거 아닌데 싶어 처음엔 좀 울고 싶었다ㅎㅎ 하지만 곧 공간에 압박 받지 말고 내 연습 하자 싶어서 카츠키를 본받아 컴펄서리 연습 좀 하다가, (안전요원도 안 들어오고 해외에서 다칠 일 안 만들고 싶어서 점프는 패스하고) 한없이 서먹하고 어려운 원스핀 연습으로. 


원스핀. 스핀의 기본인데-무슨 기술은 빨리 됐다 그랬던 건 물론 없지만-도무지 발전이 없었던 것이다. 도는 단계도 아님. 도입 부터가. 크로스해서 들어갈 때 긁어서 속도 다 죽인다 이런 고민도 아니고, 그 전단계의 한 다리 뒤로 뺀 채 들어가서 회전 걸리는 딱 그 부분이....ㅠㅠㅠㅠ 오기 전날까지도 이 한발 도입 성공률이 너무 낮아 얻어걸리는 식이라 이걸 연습하고 있었는데.

-여행까지 와서 연습한 걸 하늘이 굽어 살핀 걸까. 이 날 연습하던 도중 아, 하고 감 잡는 순간이 딱 찾아와서 이날부터 성공:실패 비율이 반전됐다. 예전엔 회전부터가 안 걸려서 들어가다 말고 멈추고 들어가다 말고 멈추고 하느라 힘만 빠졌는데, 이제 비로소 도는 연습 좀 할 수 있겠구나 하고 있다(감동) 단순히 성지순례에서 끝나지 않고 하나라도 얻어 갈 수 있었던 게 기쁘고, 계속 헤매던 부분이라 이걸 해결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굳이 시간을 할애해 이곳을 찾은 보람이 있었던 것 같다.


......피겨 배워본 경험자 분들이 보면 왜 그 기간 타놓고 그게 안 되지? 하고 의문스러워하실 것 같은데, 스케이트 글에서도 여러번 강조했지만 제가 유난히 운동신경이 없습니다(한숨) 뭐 이제라도 됐으니 다행이라는 의미로orz


어쨌든 나에게는 보람 있는 약 1시간30분의 연습을 마치고, 적당히 힘 빠져서 철수하기로.

있는 동안 이용 손님 세 명 더 들어온 게 다였다. 쾌적했다.

다만 빙질은...내가 요새 딱 두 군데 고정해서만 탔더니 끝까지 적응 안 됐다. 얼음 뭔가 딱딱해;;;

연마 주기도 그렇지만, 원래 맘대로 잘 못 타는 초보가 외부적 영향도 과하게 받는 것 같다(...)

난 당분간 지금 있는 링크장 사람 할 거야...딴데서 못 타겠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도 많은 장소중에서도 특별했던 곳. 다음에 다시 찾을 날이 있기를 바라며, 프리세츠키가 카츠키를 걷어차 넘어트린 뒤 운동화발로 안면을 짓밟은 현관을 마지막으로 사진에 담고 아쉬움과 함께 이 장소를 뒤로 했다.

그 땐 조금이라도 더 실력을 쌓아 넓은 링크를 편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하며...


이렇게 나의 성지순례 계획은 마지막까지 완수되었다.

여기서부터는 이 날의 여생.



일단 신이이즈카에서 하카타로 복귀. 호텔에 돌아와 체크인을 하고.

(포르자 호텔 좋더라. 깨끗하고, 안마쿠션 놓여 있고, 안 썼지만 스팀 미용기도 있고, 심심하면 하라고 각종 게임 깔린 아이패드도 놓여 있고, 욕실/화장실 분리되어 있고)



맛집 찾을까 하다가 배고프니 기력 없어서 편의점에서 오뎅이랑 고야 챰프루, 맥주랑 과자로 늦은 점심 먹고.

걸즈앤판처 최종장 극장 상영이랑 애플TV 쇼핑이랑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최종장 제1화라길래 그럼 완결은 언제야 싶어서 그냥 애플TV 사러 하카타에서 텐진 빅카메라까지 걸어갔다오고.



친구랑 합류해서 친구가 용같5 클리어한 김에 나카스에 성지순례 다시 갈까 하다가 하카타 역 앞 크리스마스마켓과 조우하고.



나카스를 포기하기로 하고 크리스마스마켓에서 글뤼바인이랑 각종 푸드 사서 저녁 대충 챙겨 먹고.



하루의 마무리로 노래방 갔더니 오소마츠상 콜라보 방밖에 안 남아있다고 해서 쵸로마츠방 들어가서.



준비성 철저하게 각종 노래방용 푸드와 노미호다이로 각종 주류를 갖춘 뒤.



프리타임으로 신나게 몇 시간인지 기억도 안 나게 노래를 부르고.



지쳤을 때쯤 돌아와 우유한천이랑 커피랑 사다먹고 내일 귀국을 위해 짐을 정리한 뒤 잠이 청했다.

...

........

.............그리고 원래는 히로시마 때처럼 여기서 바로 "자고 일어나서는 전차 타고 공항 가서 비행기 타고 집에 돌아왔다. 끝." 해야 하는데...


(별 거 안 남았지만 다음날로 이어짐)

Posted by 2ndHz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