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앞서서. 난 스토리에는 꽤나 관대한 편이다(라고 주위에서 그런다).

 

사기는 발매일에 샀다. 근데 현실이 바빠서 초반에서 손 못 대고 있었더니 쿠소게니 망작이니 난리가 남ㅋㅋㅋㅋㅋ

망작이라고 까여도 뭐 테일즈 시리즈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고 초반의 유적, 이즈치 부근 경치 구경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에서 매각가가 100엔이다 어쩌다 할 때도 제값주고 산 게 아깝거나 하는 생각은 안 들었고, 그냥 루리웹에서 네타바레 피해다니는 게 피곤하고 남들이 대체 왜 그렇게 대차게 까는지 공감을 하고 싶은 마음에 얼른 플레이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근데 도저히 찔끔찔끔 해서는 안 되겠길래 작정하고 며칠 저녁시간을 다 투자함.

그리고 드디어 알리샤 DLC 포함 올클리어!!!!

 

초반에서 한 번 멈췄고 신전 중간에서 한 번 멈췄었는데...신전에서 한 번 생각은 했었다.

스토리가 골자만 있고 살이 안 붙었다...슬레이 얘는 뭐 능동적으로 하는 게 없고 그냥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구나...알리샤를 만났던 게 희생을 감수하고 도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할 계기까지는 알 될 것 같은데 도사가 되어서, 적이 있다니까 그 적이랑 싸울 준비 하고, 못 당하니까 일단 4대 원소 던전을 돌라고 해서 돌고, 동석 모으라고 해서 모으고, 걔도 사정이 있었어 불쌍한 애야 알았음 싸우러 가라, 하니까 싸우러 가서 싸우고(...)

할 거라고 생각한 게임은 사이트 체크도 안 하고 홍보 영상 종류도 하나도 안 보기 때문에 알리샤가 발매 전 히로인으로 부각되어 있었고 본편에서 그게 부정되었다는 건, 이제 와서 듣고 그건 제작사 사기가 맞네, 싶지만 거기에 열받거나 한 건 없었다. 제작 사이드의 의도가 어땠든 슬레이와 여행을 같이 하기에는 슬레이의 몸에 영향이 어쩌고를 떠나서 알리샤의 목적이 있고 입장 상 현재 위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게 현실적으로 맞다고 생각했다.

근데 로제는...너무 오염 안 된다고 부각시키는 것도 납득 안 가고 카무이화는 아직도 왜 쓸 수 있는 건지 모르겠고(잠재 능력이 있더라도 주신이랑 도사로 계약 안 하면 카무이화 못 하는 게 맞지 않나) 고난과 역경을 각오하고 슬레이의 종사로 끝까지 따라다닌 납득 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논란의 '같은 걸 보고 들을 수 있는 게 진짜 동료'는 알리샤 캐릭터 디자이너 회사에서 이지메라도 당하나 싶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프로듀서가 로제 성우 팬에 캐릭터 편애한다는 듯. 라이트닝과 누에코의 뒤를 잇는 패턴인가.

 

어쨌든 그 외에도, 난 게임 하면서 뭐 잘 기억하거나 생각하거나 못 해서 느낌뿐인데, 앞뒤 설정 어긋나는 것도 많고 납득 안 되는 것도 많은 것 같고, 맵은 좁아도 될 거 억지로 확대만 해놓은 느낌이고, 그나마도 중반 이후로 오브젝트 배치가 되게 무성의한 인상이 들고, 대교 건너서 사막쯤 가서는 슬슬 유적도 짜증나서 저절로 욕이 나오더라. 유적 오타쿠는 슬레이랑 미쿠리오지 유저까지 유적 오타쿠는 아닌데 대체 얼마나 플탐만 늘려놔야 성이 풀리는 거냐 싶어서.

설정상 견문록 읽고 유적에 동경하는 건 슬레이랑 알리샤 아니었나 로제는 장르 다른 오타쿠한테 끌려다니느라 민폐겠다, 싶었는데 알리샤 DLC는 더하더라. 엘레인 유적 7-9층 사이....^p^ 10-12층은 보물상자도 안 찾고 그냥 통과했다. 슬레이 있는 곳 풍경이 멋있어서 봐줬다 아오...이걸 돈 받고 팔려고 했다니.

 

작은 사건을 쫓고 쫓고 하다보니 세계의 위기가 숨어있어서 그걸 구했다 하는 식이 아니고 처음부터 세계가 위기고 주인공이 하나뿐인 도사라 넌 쟤를 막아야 해, 하고 시작해서 정말 그게 다다. 중간에 슬레이가 자기가 낸 대답을 믿자고 결심하는 걸 몇 번 반복하고, 보스전 하고 끝.

보스전 자체나 엔딩은 마음에 들었다. 게임 한 거 자체를 후회한다 그런 건 없다. 경치 구경 잘 했고 캐릭터 좋았고 이러니저러니 기대한 정도의 재미는 얻었다. 다른 애들 얘기 풀릴 것 같으면서 하나도 안 풀리는 것도 그냥 이 이야기를 슬레이 개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로 하고 납득했다. 근데 남한테 하라고는 못 하겠음. 매각도 안 되겠다 그냥 내가 좋다고 생각한 부분만 좋아하면서 계속 안고 가야지(...)

Posted by 2ndH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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