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V] EVE burst error R

게임'16 2016. 6. 13. 20:00

어렸을 땐 게임을 별로 안 했기 때문에 타이틀만 알고 실제로 못 해본 유명 작품이 많다.

EVE도 그 중 하나인데, 비슷한 시기 YU-NO 리메이크와 더불어 화제가 되었었다. YU-NO는 그림부터 요즘풍으로 바꾼 걸로, EVE는 옛날 그림에 채색만 바꾼 걸로.

타이틀만 알고 아무 것도 몰랐기 때문에, 처음엔 그냥 스토리 좋은 R18 게임인가 보다 하고 그냥 넘겼다가 게임 취향 비슷한 지인이 추천하며 먼저 사서 하길래 나도 사보았다.

아마존에서 한 번 품절되고 다음 입고 물량 기다리는데 한참 걸리는 거 기다리며 기대가 커졌다.



메인 화면. 일러스트는 패키지 일러스트와 동일.

지금은 클리어했으니까 누가 누군지 알지, 얘들이 게임 속에 나왔을 때는 얘들이 걔들인지 몰랐다.

처음에 켜면 로딩이 꽤 있는 편인데, 대신 그 다음부터는 돌아가는 게 지극히 가볍다.



옛날 게임이라는 게 드러나는 부분. 그립다. 

전 컴퓨터 5.25인치 플로피 쓸 때부터 썼습니다. 

컴퓨터학원 다녔는데 생각나는 건 A:/>DISKCOPY A: B: 이런 거밖에 없음. 와 쓸모없다.



남녀 두 주인공 중 남주인공 사사키 코지로로 시작해보았다.

자신이 고발해 대표를 감방 집어넣은 탐정사무소에서 나와 영세한 개인 사무소를 운영하던 사사키 코지로는 이슬람계의 그림을 찾는 의뢰를 받고 움직이던 중 프린이라는 이름의 외국 소녀를 위기에서 구해준 것을 계기로 사무소에서 그녀를 돌봐주게 된다. 조금 진행하다보면 여주인공 마리나로 넘어가게 되는데 마리나로는 국가 기관에 소속되어 엘디아 공화국 외교관의 딸 마야코의 호위를 하게 된다.

처음 사건을 해결하면 이 사건이 사실은...하고 일이 커지고, 그 때 주웠던 그 소녀가...그 때 호위 의뢰를 한 외교관이...하고 뒤에서 엮이는 기본적인 스토리 진행 방식을 취하고 있다.

남녀 주인공 사이드를 왔다갔다 하며 진행하게 되는데, 두 주인공을 통한 사건에의 접근 방향이 달라지고 주어지는 단서가 다르고 입장이 달라지고...마지막에는 그게 수렴되어 진상이 밝혀진다.


게임 플레이 방식 자체는 되게 향수 불러일으키더라.

어렸을 때 게임을 많이 안 하기는 했지만 아예 안 했던 건 아니고...이런 종류로는 3x3 EYES 텍스트 어드벤처 게임을 하나 구입해서 했었는데(뭐였는지 기억 안 난다. 흡정공주였나...생각해보면 그 때 별별 게임 한글화 다 되어 나왔었네;;;;) 중간에 막혀서 인터넷이 잘 안 되어 있으니 공략도 못 찾고 그대로 놨던 기억이 있다. 딱 EVE처럼 장소 찾아가고 대화/조사/행동 커맨드 있고 그런 식이었는데...

이번 EVE의 경우에는 힌트 기능이 있어서, 그 장소에서 할 일을 다 마치면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려주는 기능이 있다. 이 기능 덕을 참 많이 봤는데, 이게 없었다면 장소 관련 삽질 많이 하거나 공략 사이트 하나 잡고 해야 했을 것 같다. 힌트 기능 있는 걸 안 뒤로는 스피디하게 진행시킬 수 있었다. 스토리 자체는 흥미로워서 공략이 안막히니 안 놓고 계속 하게 되더라.

지금 찾아보니 같은 커맨드 반복 선택할 때 이용하는 원터치리피트 기능도 있었나보네. 이게 가장 시간 많이 들었을 건데 모르고 진행했다니...아쉽다.


근데 뭐 향수는 향수고.

유명한 게임은 유명한 이유가 있다. 스토리, 연출, 기타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지.

하지만 그건 그 게임이 등장한 그 당시 기준인가보다, 싶었다. 

일단 내 기준에서는 미스터리로서는 반칙이 너무 많고(주어지는 단서만으로는 테러가 누군지 알 수 없다고 본다. 실험 관련 썰을 좀 자세히 풀던가.) 클리어하고 나서도 군데군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다. 대표적인 건 수상이 살해되고 남기는 다이잉메시지 P... 나중에 테라의 회상으로는 거울 너머로 비치는 모습이 딱히 바뀐 것도 아니라 착각할만한 요소도 없는 것 같은데 왜 P? 니카이도 건도 어떻게 알고 찾아가서...싶고. 범인 입력할 때 게임에서 정답이라고 보여주는 그거라니까 입력하지만 이게 딱히 반전 같지도 않고 기분 묘한 느낌...반전이 납득이 가야 감탄이 나오는데...;;; 거기다 여기 나오는 외국인이라는 애들이 다 너무 일본어 잘하고 등장 인물 아무도 거기에 딴지 안 걸어서 신경쓰였다. 엘디아 공화국 공용어 일본어임??

이게 첫 발매 1995년이라는 걸 생각하면 확실히 재밌는 작품이었겠는데(해킹 장면에서 전환는 거라던가...처음 발매가 플로피디스크던데 혹시 이거 전환 때마다 디스크 갈아끼우는 방식이었다면 그 프로세스가 나름 전율을 자아냈을 것 같다. 그리고 한창 생명공학 인기있었을 시기 같기도 하다)...지금과는 작품 트렌드가 바뀐 탓도 있겠고 미스터리가 패턴별 장르별로 망라되어버린 탓도 있겠고, 혹은 내 기대가 너무 컸던 탓도 있겠고, 어느 부분이 인기였겠다 하는 건 이해가 가면서도 지금 내가 이 게임을 하면서 순수하게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작중 CG인데 이 게임에 대한 감상이 딱 이 그림 보는 느낌 같아서 붙여본다.

이런 그림체가 그때 인기라는 건 이해하는 부분이고 이게 옛날 브라운관 디스플레이에 도트로 구현되어서 나왔을 걸 생각하면 와 예뻤겠다 생각은 드는데 한편으로는 야요이(여캐)가 대체 어떤 식으로 코지로(남캐) 위에 반만 겹쳐지면서 몸 왼쪽 안기울어지게 누워있는 건가 싶은 의문이 들게 되는...전체적으로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부정적으로 말하면 재미는 있었다. 하지만 옛날 게임이었다. 

긍정적으로 말하면 옛날 게임인 걸 감안하면 재밌었다.


YU-NO도 가끔 일본 서브컬쳐 평론 쪽 보다보면 자주 언급되는 작품이라 리메이크 되면 해볼까 생각하다가 회사가 5pb.(과학어드벤처 말고는 시스템이고 뭐고 제대로 뽑는 걸 못 봄)라 고민중이었는데, 이것도 기대가 무너지는 결과가 될까봐 그냥 스루해야 되나 싶고...마음이 복잡하다. EVE burst error R이 과거에의 향수를 제대로 살린 건 좋았지만 덕분에 지금 젊은 유저들을 타겟으로 한다면 어떨까 싶은 면이 있어서, 과거 원작 플레이어들에게 부정적이었던 그림부터 바꾼 리메이크의 결과가 조금 기대가 되기는 한다.

'게임'16' 카테고리의 다른 글

[PSV] 대칭 아리스  (0) 2016.06.19
[PS4] 언틸 던  (1) 2016.06.14
[PC] Flowers  (0) 2016.06.12
[PS3] NieR Replicant  (0) 2016.06.09
[PS3] 테일즈 오브 엑실리아2  (0) 2016.05.24
Posted by 2ndHz
,